오상민의 설치작품 ‘빛: 자연과 선(線)의 틈에서’. 경기도 제공 ⓒ이의록
비무장지대(DMZ)의 생태계를 들여다보는 현대미술전시 ‘언두 디엠지 Undo DMZ’가 경기 파주 DMZ 일대에서 열리고 있다. 경기도가 개최하는 ‘DMZ OPEN 페스티벌’ 행사 중 하나다.
“그간 정치적인 측면에서 DMZ의 상황을 얘기했다면 2~3년 전부터는 DMZ의 생태를 다뤄왔습니다. 특히 올해 전시는 전쟁이 끝난 후 이곳이 어떻게 변할 수 있을까 하는 가능성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해 봤습니다.” 전시를 기획한 김선정 큐레이터(아트선재센터 예술감독)의 말이다.
◇ 한반도 생태계의 보고 조망
국내외에서 활동하는 작가
급전 10명의 작품 총 26점이 민통선 내 통일촌 마을, 갤러리그리브스 그리고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에서 전시되고 있다.
특히 올해 처음으로 선보인 전시 공간 통일촌 내 수매창고는 농산물·농작물 등을 수거하고 보관하는 창고로 사용되다 방치된 곳을 참여 작가들이 함께 청소하며 조성했다고. 이곳에는 신라시대 석대암 설화와 오늘날 분단의 현실을 콜라주
아파트전세대출금리 작업으로 보여주는 원성원 작가와 DMZ를 횡단하며 관찰·기록해 조류 드로잉 작업을 선보이는 아드리안 괼너, 민통선 지역의 오브제와 흙을 바탕으로 미생물로 이뤄진 도시적 생태 구조를 완성한 실라스 이노우에, 새벽녘 별빛과 전쟁의 흔적이 남은 장소를 병치해 시간의 축적과 인간 문명 궤적을 보여주는 김태동 작가의 작품이 나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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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혜규의 벽지 작품 ‘디엠지 비행’.
창고 한편에서는 양혜규 작가의 영상 작업이 상영된다. 꿀벌 ‘봉희’가 분단과 냉전, 긴장과 충돌로 점철된 인간 세계를 돌아보는 6분 길이의 영상물 ‘황색 춤’이다. 전시장에서 만난 양 작가는 인공지능(AI
모집부문 )으로 생성한 애니메이션을 통해 이 공간을 환상적으로 풀어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평소 많이 접하지 않은 매체를 활용하는 데는 어려움도 있었다고.
‘황색 춤’의 스크린 벽 뒷면은 2020년 작업한 벽지 작품 ‘디엠지 비행’으로 감싸져 있다. 꽃가루와 로봇 벌, 태양광 패널, 휴대용 손 선풍기, 수력 발전 댐 등 서로 관련 없어 보이
햇살론1000만원대출 는 오브제들이 뒤엉킨 평면이다. 이번 전시 제목인 ‘언두 디엠지(Undo DMZ)’는 이 작품의 제목인 ‘디엠지 비행’의 영문 제목에서 빌려온 것이기도 하다.
◇ 식물 표본부터 사운드까지
래코드의 ‘전장에서 일상으로: 군용 소재’.
이번 전시에는 그 흔한 회화 작품이 한 점도 없다. 특정 공간의 소리 풍경을 담은 사운드스케이프 작품부터 사진 콜라주 작업, 애니메이션 영상물, 액침 표본 설치, 업사이클링 디자인 작업까지 다양한 매체와 접근 방식이 돋보인다. 특히 2019년부터 DMZ 파주권역의 독특한 생태 환경을 조사한 박준식 작가는 특별한 전시를 선보인다.
현장에서 수집한 다양한 동식물의 잔해를 액침과 건조 기법으로 보존한 액침 표본을 전시 및 프로젝트 공간인 ‘DMZ 문화예술공간 통’에서 소개한다. 그는 이번 전시 기획에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도맡았다. 김 큐레이터는 “3년 전부터 통일촌 마을에서 전시를 하고 싶어 짬을 내 들를 때마다 박 작가가 마을의 다양한 부분을 소개해주는 것은 물론, 수매창고에서 전시할 수 있게 마을 이장님과의 소통 창구 역할을 자청하며 도움을 줬다”고 설명했다.
임진각 평화누리에서는 두 점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오상민 작가의 ‘빛: 자연과 선(線)의 틈에서’와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는 속담의 유래에서 남북의 화해와 치유를 찾는 원 작가의 ‘황금털을 가진 멧돼지’다. 이곳에서는 사방이 뻥 뚫린 넓은 잔디 언덕에서 햇살을 맞으며 작품을 감상하는 특별한 경험이 가능하다. 특히 오 작가의 작품은 쨍한 햇빛을 받으면 마치 바닷물 위로 내리쬐는 태양이 만들어내는 윤슬처럼 눈 부신 빛을 낸다. 작품에 사용된 특별한 소재 때문이다. 전시는 11월 5일까지.
강은영 기자 qboom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