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가 열리는 브라질 벨렝에서 18일(현지시각) 만난 솔로몬제도 출신 린사이(왼쪽)과 탄자니아 출신 아바시가 기후변화를 주제로 직접 그린 그림을 한겨레에 보여주고 있다. 벨렝/옥기원 기자 ok@hani.co.kr
뜨거운 태양 아래 슬픈 얼굴을 한 지구가 비를 맞으며 넓은 바다에 가라앉는다. 남태평양 솔로몬제도에 사는 린사이(10대)에게 해마다 뜨거워진 마을과 잦아진 사이클론(태풍)은 공포의 대상이다. 기후변화의 원리는 잘 모르지만, 그의 그림에는 곧 닥쳐올 미래에 대
릴게임신천지 한 공포가 담겼다.
“아빠가 ‘지구가 뜨거워져 집이 물에 잠긴다’고 했어요. 무서운 사이클론이 오면 동생들이 울어요. 엄마는 해안가 집을 버리고 더 높은 곳으로 가야 한다고 했어요.”
저지대 섬으로 이뤄진 솔로몬제도는 전세계에서 기후위기 피해를 가장 심각하게 겪는 나라다. 해안가 마을의 침수와 소금물 침투로 식수·식량 부
릴게임몰메가 족 문제가 심화한다. 이미 5개 이상의 섬이 가라앉았다. 저소득 국가라 이를 막는 재원 확보도 어렵다. ‘꿈이 뭐냐’ 물으니 “가족 6명이 안전하게 사는 것”이라고 했다. 린사이 눈가엔 눈물이 고였다.
18일(현지시각) 제30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기후총회)가 열린 브라질 벨렝에서 먼 길을 찾아온 미래세대들을 만났다.
손오공게임 솔로몬제도에서 온 린사이와 탄자니아에서 온 아바시(20대)다. 국제구호단체 월드비전의 초청으로 생애 처음 비행기를 타고 기후총회에 참석한 두 사람은 도화지에 직접 그린 그림으로 한겨레에 자신들의 기후 피해를 증언했다.
대형 사이클론이 남태평양 섬나라에 불어 닥친 지난해 4월
한국릴게임 초 바누아투, 솔로몬제도 등에서 주택이 무너지는 피해가 잇따랐다. 세계기상기구(WMO) 제공
탄자니아 남부 마을에서 가족농장을 운영하던 아바시 가족은 최근 반복되는 가뭄과 폭우로 식량 부족에 허덕였다. 옥수수와 콩 농사로 돈을 벌려던 가족의 꿈도 무너졌다. 탄자니아는 전통적으로 건기와 우기가 명
릴게임무료 확한 열대 기후이지만, 최근엔 계절과 관계없이 폭우와 가뭄이 잦아지며 농업과 주민 생계 피해가 커졌다. 그는 강한 폭우로 집이 부서지고 논밭이 물에 잠기는 모습을 그렸다. 판자로 지은 열악한 학교 시설이 뜨거운 햇볕을 받고, 학교에 못 가 슬퍼하는 동생 얼굴도 담았다. 1시간 넘게 도화지를 붙들고 고민했다는 그는 “그림을 잘 못 그려 미안하다”며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농사가 힘들어 도시로 나간 친구들이 낮은 임금으로 고통 받거나 직업을 못 찾고 다시 돌아오고 있어요. 기후변화가 행복한 미래를 빼앗고 있지만 사람들은 기후변화에 대해 모르거나 관심이 없어요.”
아바시는 자기 나라를 위협하는 기후위기를 알리고 피해자를 돕기 위해 기후활동가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했다.
두 사람은 브라질 벨렝에 오려 카타르 도하와 브라질 상파울루 등을 경유했다. 휘황찬란한 도시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 하늘 높이 치솟은 빌딩 사이로 매연을 내뿜는 차들이 빼곡한 ‘잘 사는 나라’들의 현실을 마주하며, 기후변화의 진짜 원인이 무엇인지도 깨달았다. 아바시는 마을의 기후 피해가 심해질수록 “한국 같은 선진국이 원망스러울 것”이라고 했다.
“한국을 공부하면서 삼성·현대·포스코 같은 대기업들이 전세계 기후 피해를 키운다는 걸 알게 됐어요. 우리 가족과 친구들은 큰 잘못이 없는데, 피해는 점점 더 심해지고 있죠. 잘사는 나라와 대기업들이 작고 가난한 나라의 피해에 더 큰 책임을 져야 해요.”
한국을 ‘방탄소년단(BTS)과 블랙핑크의 나라’로 알고 있는 린사이는 “한국의 영향력 있는 케이팝 스타들이 솔로몬제도의 기후 피해를 전세계에 알려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약소국 피해 상황을 널리 알려 전세계인들의 기후 행동을 끌어내고 싶은 소녀의 호소였다.
탄자니아 출신 아바시(왼쪽)와 솔로몬제도 출신 린사이가 18일 제30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 한국관에서 한복을 입고 ‘손하트’ 포즈를 취했다. 이들은 한국 같은 선진국들이 기후 피해국들의 적응을 돕는 기금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벨렝/옥기원 기자 ok@hani.co.kr
자국 이익을 우선시하는 목소리들이 울려퍼지는 동안, 지구 평균 기온 1.5도 상승의 가장 피해자가 될 미래세대의 목소리는 올해 기후총회에서도 그리 주목받지 못했다. 기후총회장 내 글로벌 청년단체들이 차린 ‘어린이·청소년 부스’에서 여러 의견이 오갔을 뿐이다. 아동·청소년 등 사회적 약자의 기후 ‘적응’을 돕기 위한 기금 마련 방안이 논의 중이지만, 개발도상국들은 ‘기금 규모가 턱없이 부족하다’며 항의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벨렝/옥기원 기자 o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