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플레이아쿠아리움 논란 계속
햇빛 없고 통기 안되는 구조 여전
“공간 넓히고 소형으로” 해명 불구
동물권 전문가 “실외 방사장 필요”
3일 부천 플레이아쿠아리움 ‘정글존’에 울프독(늑대개)이 인공 구조물 위에 엎드려 있다. 기존 이곳엔 대형 야생동물인 호랑이가 전시돼 있었다. 2025.11.3 /목은수기자 wood@ky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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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의 좁은 우리에 대형 야생동물을 전시해 시민사회의 비판을 받았던 부천시 플레이아쿠아리움(2024년 1월19일자 인터넷 보도)이 해당 동물들을 다른 동물원으로 옮긴 뒤, 같은 공간에 가축과 반려동물을 전시하고 있어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실내 공간은 적합한
사육환경이 될 수 없음에도 쳇바퀴 돌듯 동물 전시를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3일 오전 11시께 부천 플레이아쿠아리움 ‘정글존’. 유리창 너머 콘크리트 인공 구조물 위로 당나귀 한 마리가 거닐고 있었다. 그 옆에는 닭 여러 마리가 분주히 움직이며 먹이를 쪼고 있었다. 나란히 위치한 다른 우리 속에는 울프독(늑대개) 두
마리가 엎드린 채 누워있었다. 우리 내부에는 별도의 창문이 없어 햇빛이나 바람이 전혀 통하지 않는 구조였다.
정글존내 당나귀가 방문객이 먹이를 넣어주는 공간을 지켜보고 있다. 2025.11.3 /목은수기자 wood@kyeongin.com
이곳은 과거 반달가슴곰과 호랑이 등 대형 야생동물이 전시되던 공간이다. 당시 동물들이 고개를 반복적으로 흔들거나 같은 자리를 맴도는 등 스트레스로 인한 정형행동을 보이면서 사육환경에 대한 비판이 잇따랐다. 이에 아쿠아리움 측은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반달가슴곰·호랑이·하이에나·사자 등 대형 야생동물을 야외 방사장이 있는 다른 동
물원으로 이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해당 공간에는 당나귀·울프독·여우·고양이 등 비교적 작은 가축과 반려동물이 새로 들어왔다.
시민들은 비좁은 공간에서 반복적으로 이뤄지는 동물 전시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달 경기도민청원 게시판에는 “햇빛도 들지 않는 곳에 당나귀와 닭 등을 ‘동물농장’이라며 전시하고 있다. 해결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청원이 올라왔다.
이날 체험활동 답사차 방문했다는 어린이집 원장 A씨도 “좁은 공간에 홀로 있는 동물을 보니 미안하기도 하고, 아이들에게 생명 존중에 관해 어떻게 설명할지 고민이 든다”고 했다.
정글존내 당나귀가 방문객이 먹이를 넣어주는 공간을 지켜보고 있다. 2025.11.3 /목은수기자 wood@kyeongin.com
동물보호단체들은 실내 동물원은 적절한 사육환경을 갖추기 어렵고, 활동 범위가 제한돼 동물 전시 공간으로 부적합하다고 지적한다.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는 “실내는 자연채광이 부족하고 환기가 어려운 데다 땅이 없어 동물에게 필요한 구조물을 제대로 마련하기 힘들다”면서 “육상동물은 실외 공간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방사장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플레이아쿠아리움 측은 현재 동물들이 이전보다 넓은 공간에서 생활하게 돼 긍정적 변화라는 입장이다. 업체 관계자는 “곰이나 호랑이와 달리, 여우나 울프독 등은 기존에 지내던 가정집이나 농장과 비교하면 오히려 넓은 환경에서 생활하고 있다”면서도 “앞으로는 해당 구역을 소형 동물 중심으로 운영하고, 물고기 등 수중 생물 전시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부천시 관계자는 “현재 개정안 유예기간에 해당해 정식 허가를 받은 상태는 아니지만, 환경부 매뉴얼의 동물복지 기본원칙에 따라 점검하고 있다”면서 “수의사 자문과 행동풍부화 활동을 조건으로 동물 전시가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목은수 기자 woo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