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내 중도파에 속하는 매기 해선 상원의원(뉴햄프셔)이 9일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11.9 ⓒ AFP=뉴스1 ⓒ News1 강민경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미국 민주당 중도파 상원의원 일부가 당론을 깨고 공화당과 손을 잡으면서 40일 넘게 이어진 역대 최장기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사태가 일단락됐다. 이들은 공화당이 고집을 꺾을 기미가 보이지 않아 절충점을 모색했다고 항변했지만 당내 진보파의 반발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민주당 성향 무소속 인 앵거스 킹 의원을 포함한 상원의원 8명은 10일(현지시간) 연방 정부를 재개하기 위한 공화당 주도 임시 예산안에 찬성했다. 그러면서 공화당으로부터 건강보험개혁법(ACA·오바마케어) 보조금 연장 법안을 12월 둘째주까지 상원 표결에 부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타협을 주도한 의원들은 셧다운 장기화로 인한 국민 피해를 더는 두고볼 수 없었 다고 판단했다. 상원 내 민주당 2인자인 딕 더빈 원내총무(일리노이)는 기자회견에서 "완벽한 법안은 아니지만 셧다운 피해를 줄이기 위한 중요한 조처"라고 말했다. 아무리 민주당이 버티더라도 공화당이 결코 물러서지 않아 셧다운 사태가 이어지며 항공대란과 저소득층 푸드스탬프 소진 등 시민들의 상황만 심각해질 뿐 오바마케어 보조금 연장을 얻어낼 가능성은 전무하다는 것이다. 셧다운을 끝냄과 동시에 오바마케어의 전국적인 쟁점화라는 목적도 달성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앵거스 킹 의원은 "오바마케어 연장 가능성이 0%에서 50%로 올라갔다"며 이번 합의가 민주당의 승리라고 자평했다. 팀 케인 의원은 "공화당이 이전까지 꺼려왔던 ACA 보조금 연장 표결을 보장받았다 "고 강조하며 만약 공화당이 이 법안에 반대표를 던진다면 다음 선거에서 유권자들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셧다운 기간 해고된 공무원 4000명의 즉각적 복직과 체불 임금 지급 보장, 추가 해고 금지 조항 등을 협상 성과로 내세웠다. 진 섀힌 의원은 "이것이 테이블 위에 놓인 유일한 협상안이었다"고 말했 다. 셧다운이 아무리 지속되더라도 공화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운 교착 상태에서 그나마 현실적인 대안이었다는 것이다. 10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사태가 역대 최장인 41일째를 맞았다. 사진은 미국 연방 의회 의사당. 2025.11.10 ⓒ 로이터=뉴스1 ⓒ News1 강민경 기자 타협을 주도한 8명의 의원들은 정치적인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더빈 의원과 섀힌 의원은 이번 임기를 마지막으로 은퇴하며, 나머지 의원들도 임기가 2028년까지다. 2026년 중간선거 압박에서 자유롭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들의 선택은 곧 민주당의 투쟁 포기로 귀결되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어 민주당 진영 내에서 비난이 높다. 전국적으로 확대된 '노 킹스 시위'와 지난주 미니 지방선거 압승으로 상승세를 타는 민주당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것이다. 특히 거의 모든 여론조사에서 셧다운 사태의 책임을 민주당보다 공화당과 트럼프 대통령에게 더 묻고 있는 현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서둘러 손을 들었다는 비판이 거세다. CNN은 "미국인 10명 중 7명이 원하고 있는 ACA 보조금 연장을 위해 싸우던 중이었다"며 "미국인 절반은 민주당이 투쟁 대오를 유지하기를 원했는데, 이는 과거의 셧다운에선 볼 수 없는 현상이었다"고 아쉬워했다. 당내 진보 진영은 절호의 협상 기회를 헐값에 넘겼다며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를 맹비난하고 있다. 진보 성향 로 카나 하원의원(캘리포니아)은 상원 원내대표를 교체해야 한다고 직격했고, 진보 진영 거물인 무소속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버몬트)도 "끔찍하게 나쁜 투표였다"고 비판했다. 슈머 원내대표 자신은 협상안에 반대표를 던졌지만 중도파의 이탈을 막지 못하면서 리더십에 큰 상처를 입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협상을 주도한 섀힌 의원의 딸(뉴햄프셔주 하원의원 출마 예정인 스테파니 섀힌)조차 어머니의 결정을 비판하고, 차기 상원의원 출마자들이 일제히 합의안을 비판하는 등 당내 선명성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past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