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연방 상원 원내대표 존 슌(사우스다코타) 의원이 10일 연방정부 임시예산안이 상원을 통과한 뒤 미 워싱턴 연방의회 의사당에서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역대 최장 기간 연방정부 셧다운(일부 기능정지) 사태의 종료가 사실상 초읽기에 들어갔다. 야당인 민주당이 똘똘 뭉쳐 40일 넘게 붙잡아 뒀던 예산안이 당내 중도파의 전열 이탈로 연방 상원을 통과하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의회 타협안 수용 의사를 피력하면서다.
치킨 게임의 승자
정부가 문을 닫은 지
41일째인 10일 밤(현지시간) 연방 상원 본회의에서 여야 대치 속에 총 14차례 표결을 거치면서도 문턱을 넘지 못했던 임시 예산안(단기 지출법안)이 찬성 60표, 반대 40표로 가결됐다. 전날 밤 '절차 표결'에서 힘을 합쳐 민주당의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무력화한 공화당과 민주당 중도파(친민주당 무소속 1명 포함) 연합이 24시간도 안 돼
일사천리로 같은 상황을 재연한 것이다.
양측 타협안에는 내년 1월 30일까지의 정부 임시 예산안과 3건의 별도 연간 지출법안이 포함됐다. 셧다운 기간 해고된 공무원을 복직시키고 휴직자에게는 급여를 보장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다만 민주당의 핵심 요구인 건강보험개혁법(ACA·일명 오바마 케어) 보조금 지급 연장은 들어가지 않았다. 12월 중
보조금 연장안을 표결에 부치겠노라고 공화당 지도부가 약속했을 뿐이다.
시간을 끌어 봐야 승산이 없었으리라는 게 민주당 중도파의 항변이다. 공화당이 오바마케어 보조금 연장 요구에 결코 응하지 않으리라는 게 그들의 결론이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보도했다. 예산안을 찬성한 비공화당 중도파 8명 중 한 명인 무소속 앵거스 킹(메인)은 그
나마 타협안이 △휴직 중인 공무원들에게 일자리를 되찾아주고 △정부 지원 식료품비가 끊기게 생긴 저소득층에 음식을 제공하며 △민주당에는 연말 만료되는 보조금 문제의 해결 기회를 줄 것이라는 설명을 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만족한 기색이다. 이날 표결 전 백악관에서 ‘상원 셧다운 타협안을 수용하느냐’는 취
재진 질문에 “그렇다”며 “우리는 아주 빠르게 나라를 열 것”이라고 답했다. 타협안에 대해서는 “매우 좋다”며 “합의를 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공화 219, 민주 213
미국 공화당 소속 연방 하원의장 마이크 존슨(루이지애나) 의원이 10일 미 워싱턴 연방의회 의사당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미국에서는 같은 법안이 양원을 모두 통과해야 입법이 완료된다.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공화당 하원 원내수석부대표인 톰 에머(미네소타)가 이르면 12일 오후 4시에 표결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이날 공지했다. 미국 온라인 매체 액시오스는 공화당 소속 하원의장인 마이크 존슨(루이지애나)이 이날 ‘합의안 통과에 충분한 표를 확보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그럴 것 같다”며 자신감을 보였다고 전했다. 하원 공화당 의원들은 백악관 승인을 얻은 합의안을 지지할 것이라고 WSJ는 예상했다. 현재 하원은 공화당 219석, 민주당 213석 구도다. 양원을 통과한 예산안에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하면 셧다운은 끝난다.
비싼 생활비로 정권을 공략해 4일 지방선거에서 압승을 거두고도 중도파 단속에 실패해 저렴한 의료비 의제를 관철하지 못한 민주당은 내홍에 빠졌다. 상원 원내대표 척 슈머(뉴욕) 책임론도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그(슈머)는 자신이 공화당을 무너뜨릴 수 있을 줄 알았겠지만 공화당이 그를 무너뜨렸다”고 비꼬았다.
이번 셧다운은 이달 5일부로 종전 최장 기록(35일)을 뛰어넘으며 역대 최장 기록을 세웠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ficciones@hankookilbo.com이정혁 기자 dinner@hankookilbo.com 기자 admin@119sh.inf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