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수수색 과정서 확보한 돈뭉치 [우크라 반부패국 텔레그램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우크라이나 수사 당국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의 핵심 측근을 에너지기업 비리 사건의 주도자로 보고 수사 중이다.
AFP,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국가반부패국(NABU)과 반부패특별검사실(SAPO)은 11일(현지시간) 젤렌스키 대통령의 전 사업 파트너인 티무르 민디치 등 7명을 입건했다. 이 가운데 5명은 구속했다.
민디치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코미디언 시절 설립한 미디어 제작사 크바르탈95의 공동 소유주다.
검찰은 "민디치는 우크라이나 에너지 분야에서 범죄적 수단으로 획득한 자금의 축적, 분배, 합법화를 통제했다"며 "대통령과 우호적 관계를 이용했다"고 설명했다.
NABU의 올렉산드르 아바쿠모우 수사팀장은 민디치가 지난 10일 대규모 압수수색 직전 해외로 도피
했다고 우크라이나 국영 TV에 전했다.
수사 당국은 우크라이나의 원자력공사 에네르고아톰의 고위 간부 등이 협력사들에게 정부 계약 금액의 10∼15%에 해당하는 리베이트를 조직적·체계적으로 받아 온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챙긴 뒷돈은 별도 사무실에서 관리하며, 역외 기업 네트워크를 통해 자금 세탁을 한 것으로 당국은 파
악했다. 세탁된 자금 규모는 1억 달러(약 1천4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당국은 정·재계 핵심 인사들이 이들의 뒷배를 봐주거나 범행을 묵인한 것으로 보고 전 에너지부 장관이었던 헤르만 갈루셴코 법무장관도 입건했다.
당국은 갈루셴코 장관이 4년간 에너지부 장관을 지내면서 에너지 부문의 자금 흐름을 통제하는 대가로 민디치
로부터 '개인적 이익'을 챙겼다고 주장했다.
율리아 스비리덴코 우크라이나 총리는 12일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임시 내각회의를 열어 갈루셴코 법무장관의 직무를 정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갈루셴코 장관은 성명에서 "수사 기간 중 직무 정지는 정당하다"며 "법정에서 내 입장을 변호하고 증명할 것"이라고 반
박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에네르고아톰의 감독위원회를 해임하고 협력사 선정 과정 등에 대한 긴급 감사를 하기로 했다.
11일 정전된 키이우 주거지역 위로 환히 뜬 달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번 수사에 대해 모든 부패 척결 조치가 "매우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공무원들에게 반부패 기관에 협조하라고 촉구했다. 부패 척결은 우크라이나의 유럽연합(EU) 가입에 핵심 선결 조건 중 하나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민디치와 관계에 대해서는 별도로 논평하지 않았다.
러시아의 끊임없는 에너지 시설 공격과 광범위한 전력 부족 속에서 에너지 기업의 부패 사건은 대중의 분노를 사고 있다고 AFP 통신은 전했다.
모스크바는 침공 후 4번째 겨울을 앞두고 미사일과 무인기(드론)를 총동원해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부문에 대한 공격을 강화했다.
이에 전국 곳곳에서 정전이 잇따르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최근 키이우의 대통령궁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을 인터뷰하는 도중에도 두 차례나 정전이 됐다고 전한 바 있다.
san@yna.co.kr
▶제보는 카톡 okje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