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이재명 대통령의 한미 안보·통상 ‘팩트 시트’ 발표 후 5시간 만에 충북 오송역에서 만난 이춘근 국방부 군비통제검증단 자문위원장의 낯빛은 무거워 보였다. 오랫동안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선임연구원으로 활동하며 원자력 정책에 관여해 온 그는 “우리가 미국에 주는 것은 명시적인데, 미국으로부터 받는 것은 그렇지 않다. 후속 협상이 중요하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또 새로 출범하면서 원자력 정책 권한을 갖게 된 기후에너지환경부와의 정책 조정이 향후 미국과의 협상에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우리가 앞으로의 협상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농축 우라늄 분야에 집중
야마토통기계 할 것과 외교부, 국방부, 산업부, 과기부, 기후에너지부의 5개 부서를 조정·총괄할 수 있는 대통령 직속 기구가 필수적이라고 했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초빙전문위원으로도 활동하는 그는 지난달 니어재단이 ‘복합 전환기 한국의 자강지계(自强之計)’를 주제로 한 국가전략 세미나에서 한국의 농축·재처리 능력 확보 방안을 발표, 주목받았다.
육군
릴게임바다이야기 화생방 학교서 핵에 관심
- 과학기술 전문가로서 경력이 특이하다.
“서울대 공대 재학 시절 군에 입대, 육군화학학교에 가게 되면서 핵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후 중국과 북한의 사회주의 과학기술 체제를 연구하면서 한국의 원자력 협정·비확산 정책에 관여해왔다. STEPI에 중국 전문가로 채용됐지만, 2000년 6·15
골드몽 정상회담 이후 북한 과제를 맡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원자력·비확산 정책 연구를 하게 됐다. 중국에 10년 머물고, 북한을 15차례 방문하기도 했다.”
-‘팩트 시트’에는 “미국이 한국의 공격형 핵잠 건조를 승인했다”는 문구가 있다. 또 “한국의 민수용 우라늄 농축·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추진을 지지한다”고 돼 있는데, 이를 어떻게 해석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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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농축과 재처리 추진에 대해 ‘민수용’으로 못 박은 것이 눈에 띈다. 현재로서는 2015년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이상의 실질적 진전은 보이지 않는다. 당시에도 20% 이하 농축은 한미 실무 그룹을 만들어 협의하기로 했지만, 미국이 적극적으로 응하지 않아 개정의 의미가 제대로 살아나지 못했다. 결국 어떻게 협상을 이끌어가느냐가 관건
바다이야기꽁머니 이다.”
- 트럼프 대통령이 뭔가 해주려고 해도 미국 실무자들이 반대할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미국 에너지부 실무자들은 비확산 입장이 매우 강하다. 핵연료를 공급하면서 제한을 두는 것이 이들의 임무다. 규정이나 절차를 무시해 농축 우라늄을 공급하면 법적 책임을 져야 하고, 의회에서도 질책을 받을 수 있다. 미국 공무원들도 책임질 일을 절대로 하지 않는다. 더욱이 한국은 현재 원자력 분야에서 ‘민감 국가’로 지정돼 있지 않나.”
- 재처리보다 우라늄 농축이 중요하다고 해왔는데
“현 상황에서 평화적 목적의 실질적 잠재력을 강화할 수 있는 분야가 우라늄 농축이다. SMR처럼 규제가 적고 연구 역량이 있는 분야에서 필요한 소규모 농축을 통해 기술을 축적해야 한다. 국제 정세도 잘 활용해야 한다.”
원심분리기 조기 확보가 중요
- 국제 정세는 무엇을 말하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러시아산 저농축우라늄(LEU) 공급에 문제가 생겼다. 자유 세계 주요국들이 연합해 기술 개발·생산·공급 체계를 재편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여기에 편승하면 새로운 기회를 만들 수 있다.”
- 미국과 협상의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농축 기술 확보 전망은.
“우리 뜻대로 20% 미만 농축을 내일 당장 할 수 있게 되어도 최소 수 년이 걸린다. 농축을 하려면 원심분리기가 있어야 하는데, 우리는 하나도 없다. 우리 실정에 맞는 것을 어떻게 도입하느냐가 관건이다. 외국의 원심분리기와 공정을 ‘턴키’ 방식으로 들여오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 국내에 약 2만 t의 사용후 핵연료가 쌓여 있다는데, 왜 재처리는 신중해야 한다고 보나.
“일부 핵 무장론자들은 ‘2만t의 사용후 핵연료를 재처리하면 핵무기를 순식간에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재처리 시설은 위치 선정부터 안전·환경 문제가 매우 어렵다. 경주 중저준위 방폐장도 어렵게 만들지 않았나. 우리가 2003년 노무현 정부의 방폐장(방사성폐기물처리장) 유치 발표에 주민들이 강력 반발해 격렬한 충돌과 대규모 시위가 벌어진 ‘부안 사태’를 극복했다고 할 수 있나. 법규도 아직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
- 그렇다면 파이로프로세싱 등 대안은 어떻게 보나.
“원자력연구원이 미국 아이다호국립연구소 등과 공동 연구하는 파이로프로세싱은 전기화학적 건식 처리로, 핵무기 전용성이 작아 미국 당국이 상대적으로 긍정적으로 본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소규모 실험실 단계이고, 대용량 실증을 하려면 오랜 시간과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명분은 있지만 공업화 전망은 불투명해, 국내 사용후 핵연료 포화 해소나 핵무장 잠재력 확보에 당장은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원잠은 지상 실증로 만들어 실험해야
- 원자력 추진 잠수함을 만들기 위해서 중요한 것은.
“첫 번째 잠수함은 지상 실증로를 만들어 충분히 실험하는 것이 중요하다. 잠수함용 원자로는 지상 실증을 거친 뒤 탑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 실증로에 들어가는 핵연료는 미국에서 공급받고, 이후 잠수함에 장착하면 된다. 첫 번째 원잠은 미국 연료를 쓰더라도 다음부터는 우리 연료를 쓰는 구조로 가야 한다.”
- 정부는 ‘원자력 추진 잠수함’ 대신 ‘핵잠’이라는 표현을 쓰기로 했는데.
“원자력이라는 말 자체에 이미 ‘힘 력(力)’이 들어가 있다. 우리가 원자력 발전소를 ‘원자력 추진 발전소’라고 하지 않고 그냥 ‘원자력 발전소’라고 부르듯이, 민간에서는 ‘원자력 잠수함’이라는 표현이 맞다. 그런데, 군사적으로는 중국과 북한을 의식한 것이 아닐까. 중국은 ‘핵동력잠정’을 줄여 핵잠정(核潛艇)이라고 쓰고, 북한도 ‘핵동력 잠수함’이라는 표현을 쓴다.”
실험용 레이저 농축 장비 폐기 아쉬워
- 현재 한국의 원자력 능력은 어느 정도인가.
“일부 학자가 ‘레이저 농축 기술로 고농축우라늄(HEU) 20㎏을 3.5일 만에 생산할 수 있다’거나 ‘마음만 먹으면 1년 안에 원자탄을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하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2000년 0.2g 농축 우라늄 실험 후, 이게 논란이 되자 설비를 폐기하고 연구진을 해체한 것이 큰 손실이었다.”
- 당시 많은 과학자들이 반발했다고 들었다.
“그때 실험은 우리 입장에서 해볼 만한 초기 연구였다. 원자증기 레이저 동위원소 분리법(AVLIS)으로 몇 차례 실험한 것뿐이고 장시간 공정 연구도 하지 않았다. 지금은 시설도 인력도 없다. LEU를 만들려고 해도 설비 구축부터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 한미 원자력 협정을 일본 수준으로 개정하자는 주장이 많다.
“조현 외교부 장관도 ‘일본과 대등한 수준’을 언급했지만, 단기간에 불가능하다. 일본은 1950년대부터 농축 연구를 시작해 1970년대에는 이미 재처리까지 할 수 있게 됐다. 정책 방향, 주력 분야, 핵심 설비, 경험 모두에서 우리와 차이가 크다. 어떻게 보면, 미국이 일본을 사실상 승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일본은 ‘비핵 3원칙’을 유지하면서 조용히 핵심 기술 연구와 대형 중장기 프로젝트를 계속해 왔다.”
- 일본으로부터 ‘조용한 핵 잠재력 확보’ 전략을 배워야 하나.
“일본은 원자력 주기를 완성한 나라이고 핵 잠재력이 높은 나라다. 그런데 ‘핵 잠재력’이라는 단어조차 잘 사용하지 않는다. 일본은 국제사회에서 핵무장 논란 한 번 없이 가장 높은 핵 잠재력을 확보한 국가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미래 위해 월성 중수로 연장 활용해야
- 월성 중수로가 중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원자탄을 넘어 수소탄까지 고려할 경우 중수로는 매우 유용하다. 중수로는 냉각재로 많은 양의 중수를 사용하고, 가동 중 삼중수소도 생산된다. 경제성을 무시한다면 단기간에 핵무기급 플루토늄 생산이 용이하다. 월성 1호기는 해체 중이지만 3기는 가동 중이다. 미국은 중수로를 20년씩 연장해 쓰는데, 우리도 안전성 검증을 거쳐 계속 활용해야 한다.”
- 핵무장론에 대해서 반대 입장인데.
“조기 핵무장론은 우리의 역량을 과대평가하고 국제 제재를 과소평가한다. 민군 겸용 설비는 사용 목적을 적어 제한된 수량만 수입할 수 있는데, 제재를 받게 되면 시간과 비용이 무한정 늘어난다. 자칫하면 산업 전체가 타격받고 실패로 끝나고 만다. 우리가 궁극적으로 핵무장하는데 절대 도움이 되지 않는다.”
- 원자력 협정 관련, 국내 부처 간 협력과 법·제도는 적절한가.
“원자력 주기 완성은 중장기 일관성과 부처 간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지만 국내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조직과 관리가 분산돼 있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책이 달라진다. 기존에 과기정통부와 산업부가 맡던 영역에 올해 신설된 기후에너지부까지 겹치며 업무가 분산됐다. 특히 기후에너지부는 원전 정책에 소극적이어서 원자력 주기 완성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이 문제를 조정할 대통령 직속 총괄 기구가 필수적이다.”
-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점은.
“정치권에서 한국의 원자력 산업을 크게 위축시켰다. 인력 양성 시스템이 붕괴됐다. 학부·대학원에 학생이 오지 않는 현실에서 미래의 원자력 전략은 불가능하다. 원자력 산업에 대한 국가적 의지와 일관된 진흥 정책으로 원자력 저변을 넓혀야 한다. 지금으로서는 한미 원자력 협정이 우리 뜻대로 개정된다고 해도 매우 어렵다."
☞이춘근
서울대 공대에서 학사와 석·박사, 중국베이징사범대에서 교육학 박사 취득 후, 중국과학원과 베이징대,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연구했다. 1980년 육군화학학교(현 화생방학교) 수료 후, 수십 년간 북한, 중국의 과학 및 국방 기술을 연구했으며 한미 원자력 협정 등에 조언해왔다. 옌볜과학기술대학 부총장과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선임연구위원을 지냈다.
☞원자력 주기
천연우라늄은 정련·농축 과정을 거쳐 원자로 연료가 되고, 사용 후에는 저장·재처리·처분 단계로 관리된다. 이처럼 채광부터 연료 제작, 발전, 사용후핵연료 재처리까지 이어지는 일련의 흐름을 원자력 연료 주기라고 한다. 이를 완성한 국가는 사실상 핵 잠재력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된다. 기자 admin@slotnara.inf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