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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모가 갓난아기를 살해했다. 화장실에서 홀로 출산한 뒤 11시간 이상 베란다에 유기한 결과였다. 아기는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조치도 받지 못했다. 그날 최저기온은 9도였다.
사망 당시 아기의 키는 41㎝, 몸무게는 1.6㎏. 임신 7개월 만에 태어난 미숙아였다. A씨는 임신바다 이야기 다운
중절 수술을 예약한 지 4일 만에 피해자를 살해한 혐의를 받았다. 실제 수술을 받기 4일 전이었다.
1심에서는 중형이 선고됐지만 2심에서는 이례적인 선처가 이뤄졌다. 어떤 이유였을까. 법원은 A씨가 임신 사실에 대해 도움을 청할 만한 가족, 연인, 친인척, 지인, 정부기관 등 그 누구도 없었던 사정을 고려했다. 2심 재판부는 A씨의 인생 KJ프리텍 주식
전체를 두루 살피며 한국 사회의 구조적인 빈틈을 짚어냈다.
가정폭력·학교폭력 피해 견디며 자라
4일 헤럴드경제가 입수한 A씨 사건 1·2심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가정폭력·학교폭력 피해를 견디며 자랐다. 아버지는 그에게 무차별적인 폭력을 가했다. 생계는 어머니가 홀로 봉제공으로 일하며 꾸려나갔다.
A씨는유비케어 주식
집에서도 편히 쉬지 못했다. 아버지의 폭력에 대비하고자 A씨는 가위, 칼 등을 집안 곳곳에 숨겨놨다. 초등학교 2학년 때에는 아버지를 가정폭력으로 신고한 적도 있었다. 결국 A씨의 어머니는 A씨를 데리고 집을 나왔다. 친척의 집에서 빌붙어 지내다가 A씨가 10살이 됐을 때 이혼했다.
어머니의 도움으로 A씨는 긍정적으로 자랄 수 있었다. 능률교육 주식
A씨의 중학교 3학년 생활기록부엔 ‘명량·쾌활한 학생으로 의리를 중요하게 여기며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은 하고야 마는 끈기를 가지고 있다’고 적혔다.
하지만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생활고로 인해 6차례나 전학을 다녀야 했다. 학업에 집중하기 어려웠다. 학비 부담과 학교폭력으로 인해 A씨는 고등학교 1학년에 자퇴했다. 이후 아르바이트를이평선매매
전전했다. 안 해본 일이 없었다. 예식장, 백화점 주차 안내요원, 미용실, 항공권 발급회사, 요리주점 등이었다.
전 남자친구에게 폭행…경제적 형편 어려워
바닥 밑에는 또 바닥이 있었다. A씨는 가정폭력·학교폭력 등에 따른 트라우마가 심각했지만 단 한 번도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지 못했다. 심리적으로 고립된 상황에서 남자친구 B씨를 만난 것이 문제였다. B씨는 평소 A씨의 이성 관계, 행실 등을 의심했다. 사소한 이유로 머리를 때리거나 목을 졸랐다. 물건을 부수거나 던졌다. 그럼에도 A씨는 B씨에게 의존했다. 동거를 시작하며 지인들과 연락을 끊었다.
3년 간 교제한 두 사람은 B씨의 폭력 때문에 4개월 정도 헤어진 적이 있었다. A씨는 이때 다른 남성과 교제하면서 임신하게 됐다. 평소 생리가 불규칙했던 A씨는 임신 7개월 차에 이를 알게 됐다. 그간 입덧도 없었고, 체중도 눈에 띄게 증가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의 아빠가 아닌 B씨에게 말할 수는 없었다.
출산 직후 방치한 채 출근…“아기가 숨 안 쉰다”
A씨는 임신 사실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다. 어렵게 생계를 꾸려가는 어머니가 충격을 받는 게 걱정됐고, 가정 폭력을 일삼았던 아버지에게도 말할 수 없었다. B씨의 의심 때문에 A씨에게는 친구도 없었다. 아이의 아빠도 연락이 닿지 않았다. 심리적·금전적인 지원이나 도움을 청할 곳이 없었다.
당시 A씨는 처음으로 요리주점 정직원으로 취직해 매일 오후 5시부터 다음날 오전 3시까지 일했다. 하지만 카드 빚 400만원으로 은행계좌가 압류된 상황이었다. 월급을 모친 명의 계좌로 받아야 할 정도로 경제적 형편이 어려웠다. A씨는 B씨와 서울에서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66만원의 원룸에서 동거했다.
A씨는 임신 사실을 알자마자 임신중절 수술을 예약했다. 수술 날짜를 예약일 9일 뒤로 잡았다. 하지만 4일 만에 예상치 못한 조산을 하게 됐다. 당시 A씨는 복통이 너무 심했지만 조산이라 생각하지 못했다. 극심한 통증이 자연 유산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자연 유산 후 통증’ ‘계류유산 통증’ 등을 인터넷으로 검색했다.
A씨는 2023년 10월께 아기를 원룸 화장실에서 홀로 낳았다. A씨는 변기에서 아기를 꺼낸 뒤 따뜻한 물로 씻겼다. 아기가 울자 물을 적신 휴지로 피해자의 입을 닦아줬다. 아기를 무릎에 앉혀 놓고 바라보기도 했다. 하지만 A씨는 아기를 키우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다. 인터넷으로 ‘화장실에서 애기 낳았어요’ ‘애기 입양 보내기’ ‘아기를 낳았는데 못 키워요’ 등을 검색했다.
출근 시간이 다가오자 A씨는 생계 벌이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기를 20ℓ 종량제 비닐봉투 안에 넣은 뒤 수건으로 겉을 감쌌다. 이어 베란다에 놓으며 패딩으로 덮었다. 전형적인 가을 날씨였다. 최저기온이 9도까지 떨어졌다. 미숙아라 인큐베이터·인공호흡기 치료가 필요했지만 조치는 없었다.
A씨는 산후 조리 없이 다음날 오전 5시까지 일했다. 퇴근한 뒤 A씨는 집에서 아기를 확인했다. 아기는 입술이 파랗게 변했고, 숨을 쉬지 않았다. A씨는 심폐소생술과 인공호흡을 시도했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A씨는 인터넷으로 ‘애기가 숨을 안 쉬어요’ ‘갓난애기 보랏빛’ ‘아기가 너무 차가워요’ 등을 검색했다.
그는 임신중절 수술을 예약한 병원 측에 메시지를 보냈다. ‘새벽에 아기가 화장실에서 나왔다’며 ‘수건으로 따뜻하게 체온 유지해 주고 있었다. 잘 울고 칭얼댔는데 지금 애기가 차갑다’고 보냈다. 이어 ‘이런 경우에도 예약하고 (병원에) 가야 되냐’며 ‘너무 무섭다. 애기 못 살아요? 어떡해요?’라고 덧붙였다.
병원 측 직원은 A씨에게 전화했다. “당장 119에 신고해 소아과가 있는 병원으로 가라”고 했다. A씨가 119에 신고했지만 아기는 이미 사망한 뒤였다. 이후 사건을 조사한 수사기관은 A씨를 아동학대 살해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이 죄는 처벌 수위가 사형, 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으로 무겁다.
“피해자 베란다 홀로 방치”…1심 징역 6년 실형
1심은 A씨에게 징역 6년 실형을 선고했다. 1심을 맡은 서울동부지법 12형사부(부장 이정형)는 지난해 8월 이같이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친모인 피고인(A씨)에게는 피해자를 출산 즉시 병원으로 데려가 생존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게 해야 할 보호의무가 있었다”며 “미숙아인 피해자를 장시간 베란다에 홀로 방치할 경우 피해자가 사망할 수 있다는 가능성 또는 위험성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다”고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외로움과 고통 속에서 사망했다”며 “무거운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갑자기 피해자를 조산하게 되자 극도로 혼란스러운 상태에서 올바른 결단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출산에 따른 두려움으로 현실을 외면하다가 우발적으로 범행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2심서 이례적 선처…“사회적 고립된 상태서 범행”
반면 2심에서는 이례적인 선처가 이뤄졌다. 지난 4월 2심을 맡은 서울고법 6-1형사부(부장 정재오)는 1심 판결에 비해 형량이 낮은 징역 3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이는 A씨에게 판사가 택할 수 있는 최소한의 형량이다. 아동학대 살해 혐의는 처벌 수위가 7년 이상의 징역이지만 판사가 ‘작량감경’을 택하면 절반까지 줄일 수 있다. 작량감경이란 여러 사정을 참작해 법관의 재량으로 형을 줄여주는 것을 뜻한다.
2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A씨의 가정 폭력 환경과 불우한 학창시절, 임신 사실 인지 배경, 예상치 못한 조산 등을 두루 살폈다. 이어 “피고인은 이전에 임신·출산의 경험이 없었을 뿐 아니라 임신 등에 관해 함께 고민하고 조언을 구할 지인이나 친인척·가족 등이 없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전 남자친구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는 상황은 어린 시절 부친의 가정폭력, 부모의 이혼 등이 원인이 된 측면이 적지 않다고 보인다”며 “자존감과 독립심이 무너지고 이를 회복하지 못한 상황에서 전 남자친구에게서 보상을 찾았다고 오해하고 의존하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뜻밖의 임신과 조산에 사회적으로 실질적으로 고립된 상태에서 정신적으로 크게 당황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이성적으로 생각하지 못한 채 주저하다가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현재 자신의 잘못으로 피해자가 사망한 것을 자책하면서 사후에라도 피해자의 용서를 받고 싶다는 의사를 밝힐 정도로 죄책감으로 괴로워한다”며 “죗값을 치른 뒤 출소해 정신과 진료를 받아 가정폭력·학교폭력에 따른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자 다짐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타인 의존 벗어나 독립…간호조무사의 꿈 의지
재판부는 A씨의 출소 후 미래에 대해서도 살폈다. 다음과 같이 판시했다. “(피고인이) 이젠 전 남자친구 등 타인에게 의존하는 것에서 벗어나 한 사람의 주체로 당당히 서서 독립하여 살아가겠다고 의지를 강하게 다지고 있다. 예전에 접었던 고등학교 졸업을 위해 검정고시 등을 준비하고 간호조무사의 꿈을 꼭 이루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검찰과 A씨 측 모두 상고를 포기해 이 판결은 확정됐다. 안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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