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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자존감을 높이 세우려고 해도 소용이 없을 때가 있다. 바로 내 정체성이 흔들릴 때다. 일체유심조니, 나를 대체할 그 무엇도 없다는 말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취업을 못한 사람은 누구를 만나기가 두렵다. 취업을 위해 한두 해는 기본으로 노력해도 그 이상의 해가 넘어가면 초조해지고 자존감은 바닥을 친다.
아는 사람을 만나는 것도 싫다. 만나서 웃고 있어도 웃는 것이 아니다. 근황을 물어보는 것도 싫고 심지어 안녕하냐고 묻는 것은 더 싫다. 제발 모른 척 지나가 주길 바란다. 아무것도 묻지 않기를. 알아도 모른 척이란 말은 인생사를 많이 겪어본 사람은 알 것이다. 알아도 상대를 위해 자연스럽게 모른 척하는 것이 배려라는 야마토릴게임
것을 알게 된다.
이규리의 시 '안녕 편의점'은 절연과 독거로 각자의 다른 일인이 되어 이곳, 편의점으로 숨어든 시적 화자의 처지를 편의점이라는 공간 안에서 일어난 작은 사건을 통해 볼 수 있다. 시적 화자인 나는 '누가 알은체하면 두려움이 많았다', '자꾸 안녕하냐 안녕하냐' 묻는 것도 불편하다.
타자는 내가 아니다. 내일의증시
알 수 없는 개별적 존재이다. 내 기준으로 타인에게 안부를 묻지 말자. 꼭 악의가 상처받은 마음에 재를 뿌리는 것은 아니다. 기다려주는 것, 알아도 모른 척하는 것, 성급하게 판단하지 않는 것, 마음을 너무 크게 내려고 하지 않는 것도 필요하다.
이규리의 시 '안녕 편의점'은 시적 화가 무심한 편을 택하기로 했듯이 우리에게 이런 것도 필요골드몽
한 것이 아닌가 싶다. 관심이 무조건 좋은 것도 아니고 무심함이 무조건 좋은 것도 아니다. 그러나 무심함이 필요한 사람이 많다는 것은 사실이다. 내가 제대로 일이 뜻대로 풀리고 있지 않은데 그것에 대해 계속해서 묻는 사람이 있다면 얼마나 불편한가. 지나친 긍정도 사양이다.
"당신은 누구입니까" 누구라고 한마디로 단정해서 말할 수 있는 사람삼천당제약 주식
이 있는가? '나는 누구다'를 어떤 관점에서 풀어야 할까 고민해보는 것은 어떤가.
안녕 편의점
다가와 악수를 청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면발 위의 뜨거운 물을 부을 때나커피를 저을 때까지도 생각나지 않았다
나는 잘살지 않았으므로누가 알은체하면 두려움이 많았고
먼저 나가주기KPX화인케미칼 주식
를 기다리지만바깥은 혹하게 더웠으니
대신 무심한  편을 택하기로 했는데오늘은 무더위가 할인품목이며고립과 우울이 1+1이라는 정보를 흘려주고 있다
당신은 누구입니까
우리 각자 다른 일인이 되어절연과 독거의 푸른 꽃 즙을 빨며이곳으로 숨어들었을 터인데
무엇보다 내가 나를 알까 돌아서는데
일몰이 어둠에게
자꾸 안녕하냐 안녕하냐
그딴 거 묻지 않기로 해요
- 이규리 시집 「당신은 첫눈입니까」(2020, 문학동네)에서